어릴 적부터 사람의 이름은 빨간색으로 쓰면 안 된다고 배워왔습니다. 단명한다는 설명과 함께..

왜 그러면 안 되는지에 대한 생각은 해 보지 않았었습니다. 어른이 하지 말라는 것 굳이 할 필요가 있나 하는 수동적인 사고방식이었겠지요. 아니면 사회 규칙을 잘 따르는 사회 순응적 성격이라 그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름을 빨간색으로 쓰면 안 되는 이유를 알면서도, 혹시나 무심코 사람의 이름을 빨간 펜으로 적을 때는 주저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그만큼 우리의 사고는 별 것 아닌 것에도 그것에 어긋나는 것을 몹시도 싫어 하는가 봅니다.

이런 것도 그런데 정치적 부분이나 본인의 신념까지 개입되면 사람들이 얼마나 불통이 될 지는 뻔해 보입니다. 저도 나이가 들면서 고집스러운 사고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 사고가 굳어져 가고 있다고 할까요? 확실히 그런 것 같습니다.

이름을 빨간색으로 쓰면 안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습니다. 우리 민족은 백의민족이라 흰색을 좋아하기 때문이라는(솔직히 납득이 되지 않는) 설도 있습니다.

제가 들은 말은 진나라 ‘진시황’과 관련이 있는 내용인데 이것이 더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나라 이전 중국 사람들은 빨간색이 행운을 가져준다고 믿었습니다. 옷, 침구, 음식, 생활용품 등 곳곳에 빨간색을 즐겨 썼다고 합니다. 중국이나 홍콩을 방문해 보신 분들은 그들이 얼마나 빨간색을 좋아하는지 아실 것입니다.

진나라를 통일한 진시황은 황제의 권위를 세우기 위해 백성들이 좋아하는 빨간색을 뺏고자 했습니다. ‘남이 할 수 없는 나만 할 수 있는 것’으로 자신의 권위를 세우고자 한 것이죠.

진시황은 자신을 제외한 어느 누구도 빨간색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습니다. 이를 어기면 인정사정없이 처형을 했다고 합니다.

빨간색으로 이름을 쓰면 목숨을 잃는데 누가 감히 빨간색으로 이름을 쓰려고 했겠습니까? 이것이 굳어져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빨간색으로 이름을 쓰는 것을 꺼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진시황도 이름을 빨간색으로는 못쓰게 할 수 있었으나 중국사람들이 빨간색을 사용하는 것을 막지는 못했나 봅니다. 중국사람들이 빨간색을 좋아하는 것을 보면 그렇습니다.

무엇이든지 어떤 개인이니 어떤 특정세력이 독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하느님이 이 세상을 창조할 때 누구는 특권을 차지하고, 또 누구는 가난하고 힘없이 살라고 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신이 만든 그 세상 그대로를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봅니다.

알짬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