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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각해야 할 상황이 벌어지면, 약재를 들고 갈 여유가 없을 것으로 추정되었으므로 굳이 약재를 아낄 필요가 없었다.

중상자들 중에서 가망이 없는 이들에게는 안식을 주라고 지시하였다.

설혹 전투에서 이기더라도 앞으로 상당한 시간을 현재의 위치에서 있어야 했으므로 고통만 연장시킬 뿐이라고 판단하였다.

다음 날, 날이 밝아 오자, 적은 자기네 편 시신을 모으기 시작하였다.

장진호와 그의 부하들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그들의 행동을 주시하였다.

무슨 짓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으므로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이미 난도분시가 되어 누구의 육신인지 알 수가 없는 경우를 제외한 나머지 시신들을 모은 그들은 그것을 진영 아래로 이동시켰다.

당장 전투가 벌어질 것 같지 않자, 장진호는 부하들에게 휴식을 취하라고 하고는 초병을 두어 그들의 움직임을 파악하라고 하였다.

적은 시신을 모두 이동시키고 나자, 천천히 산을 내려갔다.

그것을 본 초병이 달려와 장진호에게 보고를 하였다.

“ 적이 철수하고 있습니다. ”

보고를 받은 장진호는 얼굴을 찡그렸다.

그는 살아 남은 소수의 수뇌부들과 함께 그곳으로 가서 적의 동향을 보았다.

초병의 말처럼 철수를 하고 있었다.

“ 와∼ ”

“ 적이 퇴각한다. ”

그 모습을 본 아군은 전부 기쁜 표정을 하였고, 어떤 이들은 함성을 질렀다.

장진호는 손을 들어 그들의 행동을 저지하였다.

부하들은 영문을 몰랐지만, 장진호가 중단을 시켰으므로 일단 그런 행동을 중지하였다.

장진호는 적의 동태를 보면서 말하였다.

“ 부대장! ”

“ 네! ”

“ 우리도 시신을 수습하도록 하라! ”

“ 알겠습니다. ”

부대장은 바로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렸고, 부하들은 전투지역으로 이동하여 아군의 시신을 수습하기 시작하였다.

아군의 경우에는 그 시신을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 제한되었으므로 사자(死者)에게 미안하였지만, 큰 구덩이를 파서 묻을 수 밖에 없었다.

아군이 시신을 전부 수습했을 때에는 이미 적은 철수를 끝낸 다음이었다.

시신을 수습하면서 시신에 박히거나 떨어져 있는 무기들도 챙겼지만, 회수된 것은 보잘 것이 없었다.

그날 밤, 장진호는 시신이 적에게 넘어갈 경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하여 아무도 모르게 가매장된 노인의 시신을 꺼내어 먼곳으로 가서 다시 매장을 하였고,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도록 확실한 위장을 해 두었다.

다음 날부터 아군은 다시 무기류 제조에 최선을 다하였다.

모든 것을 부대장에게 맡긴 장진호는 연락병을 데리고 아래로 내려가 보았다.

근처에는 적이 없었다.

그곳에서 연락병을 돌려 보낸 장진호는 아군의 본진이었던 지역으로 가 보았고, 적이 그곳을 요새화하고 있음을 발견하였다.

장진호가 걱정하던 것이 현실화된 것이었다.

아군에게 충분한 타격을 주었다고 생각하여 전략적으로 중요한 아군의 본진이었던 곳에 요새를 만들고, 아군의 공세에 대비를 하는 모습이었다.

장진호의 부대가 있는 지역만 그런 지형적 이점을 극복할 수 있었지만, 이미 상당한 타격을 받은 장진호 부대가 적을 공격하기란 쉽지가 않은 상황이었다.

상당한 거리를 두고 적의 진형을 살핀 장진호는 대충 지형도를 그리고는 돌아왔다.

수적인 문제도 문제였지만, 보유하고 있는 무기가 엉망이라 전면적인 공격은 어림도 없었다.

오히려 역으로 당할 가능성이 높았다.

지형적인 이점을 감안한 원거리 공격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지만, 나무로 만든 화살로는 좋은 효과를 보기가 어려웠다.

유격전도 생각을 해 보았지만, 고수가 부족한 상황이라 역으로 당할 가능성이 높았다.

현재의 상황으로는 도저히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자유투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