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취미생활로 살아도 되는 걸까?

커피를 내릴 준비를 갖추고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려고 하루를 기다릴 수 있는 걸까?

30년 전 내가 젊었을 때,

내 친구가 다방에 가서 마담과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몰랐다.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라는 노래가사에 나오는 

"새빨간 립스틱에 나름대로 멋을 부린 마담에게

실없이 던지는 농담 사이로 짙은 섹스폰 소릴 들어보렴"

나이가 든 것인가?

이제 와 새삼 내가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며 후회하지 않기 위해 애를 쓴다.

마담이야 한 잔 술에 농담에 대꾸를 해 주는 가치가 있겠지만,

아무 것도 바라지 않고 그저 경청해 주려 눈을 부비며 허리를 숙여 웃고 울어주는 것도 취미생활이 될까?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 그 대가는 내가 지불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이 땅에서 외국인이라는 통칭으로 불리는 이들은 더 할 말이 많다.

영문학을 하고, 영문학 석사 학위를 하고, 한국어강사, 신학석사, 경영학 부전공을 하고 나서

더 신나게 취미생활을 즐기게 되었을까?

가족들이 넉넉하게 살지 못하고, 관문시장의 구제품으로 평생을 살고 있어도 아무 책임도 지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이제는 이 땅에서 외국인으로 불리는 이들이 더 경제적으로 잘 사는 걸 보면서 아무런 질투 없이 지내는 것이 가능할까?

어쩌다 생긴 조금의 돈을 가족이 아니라, 그들에게 줘버리면서 살아온 세월이 하나도 후회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겠지.

그저 그들이 힘들어 하는 것들에 내가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고 격려가 되고 도움이 될 수 있어서 다행이다.

법무부 출입국관리소를 드나들며, 불법체류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

외국인으로 한국에서 임신과 출산과 육아의 비용을 감당하지 못했던 그들,

산재사고가 났지만, 보험이 없이 본국으로 송환되어 갈 때, 비용이 없어 눈물 흘리던 그들,

자기 나라에서 먹던 식자재가 먹고 싶어 파티에 와서 마음껏 먹고 즐거워하던 그들,

그들이 내게는 인생의 최고의 스승들이다.

먹고 노래하고 사랑하라~

페르난도 보테르의 작품이다.

sdjo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