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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이 밀려나고 밤이 몰려왔습니다
저 해와 달이 꼭 우리를 닮았습니다
파릇파릇 돋아나는 봄에 당신은 여름에 가 있었고
뜨겁고 목마른 태양 뒤로 당신은 낙엽을 쓸고 갔습니다
미래를 걱정하며 한 계절 앞에 가 있었습니다
저는 텅텅 빈 항아리 안에 슬픔을 담았고
아퍼도 매달릴 수 없었습니다
그리움이 넘쳐도, 사무침이 바늘로 찔러도
뒤따라 오라며 먼저 가 있었습니다.
빨리 크지 않는 마음이 얼마나 미웠는지 아십니까
저는 너무 어렸습니다. 나누고 싶은 게 너무 많았습니다
추억하나 없이 이름뿐인데 어찌 품으라 하십니까
어두컴컴한 밤, 자는 내 머리를 쓰담고
검푸른 새벽녘 이불을 끌어 올려주는 의식만을 치룬 채
그렇게 소리없이 다녀갈 뿐이었습니다
해는 당신을 보고, 달은 길동무가 되어 걸어가는데
어찌하여 나는 기억 한 조각을 가질 수 없는 것인지
당신은 내게 늘 배고픔이었습니다.
혼자 된 밤이 두려워 이불 끝을 얼마나 물어 뜯을 줄 아십니까
아침 눈 뜨면 혼자일까봐 또 얼마나 무서웠는지 아십니까
어찌 이해달라고만 하는 것인지
제가 원하는건 순간순간을 같이 하는 숨결이였습니다
모든 과정을 어루만져주는 손길이였습니다.
축축한 외로움일지라도
내일이 있을 줄 알았기에 견뎠습니다.
당신은 세상에 나와 바람처럼 떠돌다 가셨습니다
한번쯤은 내게 머무셨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당신이 내게 줄 것을 고려했어야 했고
제가 당신에게 줄 걸 기대 했어야 했습니다.
내 하루는 온통 당신에 대한 갈증뿐이었습니다.
원망만 내놓더라도 당신은 내게 남아 있어야 했습니다
그렇게 앞서 가시더니 이제 돌아오지도 않으십니까
제대로 된 작별인사도 못했습니다
어떻게 온 생을 통틀어 기다리게만 하고 가십니까
제게 이러실 수는 없습니다
#자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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