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혼에 대해 여자들은 로망이 있죠.

촛불과 꽃들로 가득한 아름다운 불빛 아래에서 반지를 손에 끼워주며 로맨틱한 말들을 읊조리며 청혼을 받는..

또는 보기만 해도 예뻐서 아까운 아이스크림을 나누어 먹다가 입안에서 딱딱한 반지가 걸려나오는 달콤하고 사랑스러운 청혼..

그런 드라마틱한 청혼을 꿈꿨던 시절이 있었는데 현실은 그다지 달콤하지 않았습니다.

늘 다니던 대학로 뒷골목에 자주 가던 2,3평 남짓한 허름하고 작은 술집 ‘허수아비‘에서..

이름부터가 아름답지 못했네요.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답게 작은 상자하나를 툭 건네주고는 별 말도 없었습니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 라든지..

완벽한 사람은 되지못해도 변하지 않는 사랑이 되어줄게.. 라든지..

이런 말을 해줄 수는 없었던 거니!!! ㅎㅎㅎ

옐로우 사파이어가 박힌 목걸이였습니다.

연애하면서 반지나 목걸이는 종종 받았었는데 그게 나름 청혼으로 받은 선물이라 문득 생각이 났네요.

반지는 답답해서 못 끼고 팔찌나 목걸이나 악세서리를 별로 좋아하지도 않아서 결혼 폐물까지 돈도 안되는 것들 죄다 서랍장 안에 처박혀 있네요.

앞뒤가 안맞긴 하지만 아름다운 멘트를 잘 날리면 느끼하다고, 바람둥이 같다고 싫어했을 거예요.

수다는 제가 떨어야하니 남자는 입이 무겁고 제 얘기를 잘 들어주면 되는거죠.

그냥 그렇게 좋은가보다 하고 자기최면을 걸고 사는 게 속편한 것 같습니다 ^^;;

은빛태양을사랑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