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 범

테드 휴즈                       

원숭이들은 양지쪽에서 하품을 하며 벼룩들을 신통해 한다.

앵무새들은 불이라도 붙은 듯 소리치거나

모이를 가진 소풍객을 끌려고 값싼 창녀처럼 우쭐거린다.

게으름에 지쳐 범과 사자는

태양처럼 잠잠하다. 구렁이의 똬리는

하나의 화석, 우리마다가 빈 듯 또는

숨 쉬는 짚으로부터 잠자는 것들의 냄새를 풍긴다.

그것은 아이들 방 벽에라도 그려 둘 그림.

하나 남들처럼 이것들을 지나 총총히 달려오면

사람들이 어린애처럼 넋을 잃고 서서

짧고 사나운 불꽃 심지로 뚫은 두 눈으로

감방의 어둠 속을 노엽게 서성대는 표범을 응시하는 우리가 있다.

무료해서가 아니라

눈은 불길로 멀어 흡족하고

머릿속을 울리는 피로 귀는 먹은 채

표범은 장대에 매달려 돈다.

하나 그놈에게 우리가 없다.

몽상가에겐 암자가 없듯.

그놈의 걸음걸인 광야 같은 자유,

세계는 길게 내딛는 그 발꿈치 아래에서 돌고,

우리 바닥 위로 지평선은 모인다.

테드 휴즈 : 케임브리지 대학 출신으로 라차킨 등의 50년대 시인의 온화한 

작품에 반발하고 나선 「그루우프」파의 일원이다. 

복잡한 시대에 사는 인간의 모습을 동식물의 괴기한 이미지에 붙여 

읊은 시인이다. 

그의 「작시법」이란 책이 한국에 출간된 바 있다.

「표범」은 잔혹성과 자유를 동시에 지닌 표범을 통해 인간의 이중성을

말하고 있다. 

이 시에 나오는 여러 동물의 이미지가 그의 시적 특징을 잘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