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무례

사랑하는 사이에서는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은,

미안해할 행동을 미리미리 삼가서

사랑하는 사이가 금이 가지 않도록

정성과 예의를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이만큼 순수하고 신성한 관계는 없다.

그들의 순수 무구한 감정은 온통 상대방을 향하여 있다.

상대방이 하는 말 한마디 몸짓 하나하나가 그들에게는 온통 기쁨이고 환희다.

이러한 감정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가 바로 무례이다.

깨끗한 것일수록 더러운 것이 더욱더 확연히 드러나는 것처럼 순수한

사랑이기에 무례는 더욱더 확연히 드러나 사랑의 순수함을 오염시킨다.

사랑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무례를 범하는 것은 어리석기 그지없는 일이다.

그것은 상대의 가슴 속에서 타오르고 있는 사랑의 불꽃을 스스로 꺼뜨리는

것이고, 자신을 사랑해 주지 말라고 오도방정을 떨고 있는 것이다.

무례는 어떠한 경우에도 용서받지 못한다. 그것은 오직 사과를 구함으로써만

용서받을 수 있고, 그러한 철칙은 사랑하는 사이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사랑하는 사이에서는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참뜻을 오해하지

말아야 한다.

사랑의 순수함을 위협하는 것은 무례 그 자체보다도 무례를 범하고서도

사과를 구하지 않는 뻔뻔함이다.

사랑하는 사이에서 무례를 범했다면 오히려 다른 관계에서보다도

더 진솔한 사과를 구해야 한다. 그럴 때 불순물을 깨끗이 씻어 낼 수 있고

사랑의 순수함도 지켜 나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