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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남진 /김인석

 

정남진   /   김인석

 

가난이 사는 마을이었다

밭 몇 뙈기에 바다가 천지인 마을

동남이 주현이 태원이 혜경이가 살았고

마냥 알몸을 받아주던 바다가 좋았다

아침이면 파도를 지펴 밥을 짓고

저녁쯤엔 햇볕을 긁어모아 군불도 때는,

어느새 바다는 안방을 차지하기도 했다

가족의 몸이었다

가끔 세상살이가 오래된 벽지 속의 굵은 주름살처럼

길게 몸속으로 오그라들어 올 때

분간 없이 고향을 잡고 뻐꾹새처럼 울었다

돛단배와 양철 지붕과 저녁연기 풍경이 섞여

낯익은 표정으로 떠오를 때면

환하게 웃음이 부풀어 올랐다

나는 몸속에 잠긴 다 헐은 서랍 속에서

다치지 않게 내 고향 송아지 두어 마리 끄집어냈다

마을이 키워놓은 들녘은

암컷과 수컷 송아지에게, 우북하게 돋은

풀밭의 문을 열어주었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마늘밭에서 삽질하는 모습도

허공 아래쪽으로 떠 있다

순간 벗들의 이름을 깨워 옛집 마당에 풀어놓기도 했다

날마다 파도와 바다가 증식하는,

그곳은 햇살로 빚은 어머니 젖무덤이었다

 

#정남진#김인석#바라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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