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와 주가와의 관계는 순행일까 역행일까

금리와 주가와의 관계는 어떤 모습일까?

상관관계(Correlations)일까? 상관관계에 놓여있다면 그 상관관계가 비교적 높다 또는 낮다고 정의할 수 있을까? 아니면 상관관계는커녕 아예 관련이 없다(Random)라고 단정 지을 수 있을까?

평소에 쉽게 인지할 수 있는 금융상식 같지만 요즘과 같은 복잡한 금융환경에서는 과거와 달리 선뜻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 되었다.

왜 그럴까? 금융시장을 둘러싼 변수에는 금리와 환율, 경상수지와 국제유가. 원자재 등이 대표적인 변수로 자리 잡고 있다.

예전에는 이러한 변수들의 움직임이 대체로 규칙적이어서 나름의 상관관계를 그래프나 추세를 통해 파악할 수 있었다.

지금도 가능할까? 물론 그렇다.

지금부터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각종 자료에 나오는 그래프를 너무 맹신하지 말자, 즉 그래프가 보여주는 실물경제의 대표성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는 점을 말하고자 한다.

옛날 금융 관련 서적을 보면, 금리가 오르면 주가나 채권 가격은 내려간다고 적혀있었다(혹 기억이 나는지).

과거에는 자금을 운용할 대상이 한정적이어서 금리가 오르면 주로 은행 예금상품에 저축을 했다.

주식 투자액이 저축한 금액만큼 감소하므로 주가에는 악재가 된다는 논리이다.

최근까지도 가령 금리(이자율)가 내려가면(인하되면) 채권은 오르고 주가도 오르는 경향이 있으나 반드시 그렇지는 않고 주가는 하락할 수도 있다는 정도의 뉘앙스를 풍겼다.

다시 말해서 여전히 금리와 주가의 반비례(역행) 관계를 인정하는 듯한 어조였다.

현재는 어떠한가? 금융 문맹(Financial illiteracy)이라고 불릴 정도로 금융지수가 낮은 우리나라이지만 경제 상식을 조금이라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금리의 등락과 주가와의 관계를 위의 글처럼 얘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에겐 2007년 서브 프라임(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모기지로 촉발된 금융위기로 그전에는 듣도 보도 못한 양적완화(QE)나 자산매입 축소(Tapering)와 같은 생소한 용어와 친해지게 되었다.

그러면서 최근까지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소식을 뉴스로부터 지겹게 들었으며, 급기야 실업률이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고려한 금리 인상설 또한 자주 접하게 되었다.

과거와 달리 현재는 투자의 대상도 다양해졌을 뿐만 아니라, 금리의 변동 요인 역시 과거에 비해 세분화되고 있다.

1) 경기의 과열 때문에

2) 물가 상승(Inflation) 때문에

3) 시중에 화폐가 너무 많이 풀려서

4) 부동산 정책 때문에

등등

금리의 변동성에는 수많은 금융정책적 함의가 담겨있다.

금리가 오르더라도(미국이나 중국의 기준금리 인상) 주가에는 미미한 영향으로 뚜렷한 상관관계를 찾기가 어려울 때도 있다.

예를 들어,

1) 금리 인상 원인이 경기과열이라면? 주가에는 긍정적인 재료가 된다.

2) 시중에 화폐가 너무 많이 풀려 긴축정책 차원에서 금리를 올린 거라면 증시에는 부정적인 재료가 된다.

각각의 해답을 논해보자

1) 경기과열에 따른 부작용을 금리 인상으로 식혀주는 계기가 된다.

2) 시중 화폐의 감소(유동성 감소)로 자금 운용의 경직성이 투자에 제한적인 요인이 된다.

미 기준금리 인상에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는 똑같은 금리 움직임에도 그 원인에 따라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정반대일 수가 있기 때문이다.

환율이나 국제유가 등 금리 이외의 변수가 과거에 비해 주식시장과 더 밀접해졌다.

증시를 둘러싼 변수들의 조합(Combination)의 경우의 수가 늘어나다 보니, 결괏값도 따라서 늘어났다.

이러한 가정을 무시하고 다른 변수들의 움직임을 중립으로 놓고, 금리나 환율 어느 하나만을 끄집어내어 주가와의 상관관계를 논하는 그래프는 실물경제의 모습을 희미하게 스케치할 뿐이다.

금융시장의 변인(變因)이 다양해짐에 따라 공식처럼 맞아떨어지는 이론은 점차 사라질 것이다.

금융을 객관식으로 공부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론적으로 증시와 관련을 맺는 변수와 시장의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특정 변수와의 그래프만을 그려 판단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대신 변수의 요인과 변수와 타 변수와의 연관 정도 등 가정을 구체화시켜 각각의 상관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 증시, 유럽증시, 최근엔 중국 및 대만, 그리고 중동까지 그야말로 주식시장에 미치는 요인은 글로벌화되고 있으니 가히 '변수의 춘추전국시대'라고 불릴만하겠다.

그만큼 분석의 정밀성이 요구되는 시기라는 뜻이다. 분석자들의 세밀한 연구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