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

장진호는 천연덕스럽게 근처의 한 절벽을 가리키며 말하였다.

“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저 절벽 근처의 나무에 떨어져 있더군요. 급히 구하기는 했지만, 이마 등을 다쳐 피가 많이 흘러 위험했어요. ”

냉경혜는 다시 한 번 인사를 하며 말하였다.

“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 아닙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인걸요. ”

장진호는 손을 내저으며 말하였다.

냉경혜로서는 난처한 상황이었다.

자신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으므로 갈 곳도 없었고, 그렇다고 그곳에 머무르기도 그랬다.

장진호가 미소를 지으며 말하였다.

“ 기억을 찾으실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갈 곳도 마땅하지 않을 터인데, 여기서 지내도록 하십시오. 움막을 하나 더 지으면 됩니다. ”

그의 말에 냉경혜는 감동할 수 밖에 없었다.

“ 고맙습니다. 이 은혜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

그녀가 그런 말을 하자, 장진호가 미소를 지으며 말하였다.

“ 그렇게 고마우시면 하나 약속해 주시죠. ”

“ 무엇인지요? ”

“ 무슨 일이 생겨도 절 용서한다는 약속을 해 주세요. ”

그가 말하는 의미를 몰랐으므로 냉경혜는 의아한 눈을 하였으나,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말하였다.

“ 그래요. 무조건 용서해 드릴께요. 그런데, 제가 용서할 일이 있을까요? ”

장진호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였다.

“ 세상일이란 알 수가 없죠! ”

냉경혜는 그의 말을 우스개 소리라고 생각하고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날부터 냉경혜는 장진호가 같이 살게 되었다.

그녀는 은혜를 갚아야 한다면서 집안일을 하였다.

비록 같은 방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매일 같이 밥을 먹고, 근처의 산을 돌아 다니면서 지내게 되자, 정이 생겼고, 자연스럽게 두 사람은 같은 방을 사용하게 되었다.

처음 두 사람이 같은 방을 사용하게 되자, 냉경혜는 상당히 부끄러워하였다.

장진호는 능숙하게 그런 그녀를 유도하였고, 두 사람은 즐거운 운우지정(雲雨之情)을 나눌 수 있었다.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안은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을 얻을 수 있었다.

수동적인 것과 능동적인 것은 확연하게 달랐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그녀는 능동적으로 변하였고, 또 다른 즐거움을 주었다.

너무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므로 장진호는 모든 것을 잊어 버리고 있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 가는지, 무슨 일이 벌어 지는지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일년 이상 반복적인 일이 지속되다보니 점차 재미가 없어졌고, 냉경혜에 대한 열정도 이전보다는 못하게 되었다.

그녀를 버릴 수 없다는 마음은 여전하였지만, 세상의 일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생겨났다.

그런 가운데, 냉경혜가 임신을 하게 되었다.

더 이상 깊은 산속에 있기가 불가능하다고 판단이 되자, 장진호는 그녀를 데리고 비밀 장원 중의 하나로 이동하였다.

그가 소유한 장원 중에서 소박한 것 중의 하나였으므로 그동안 모은 돈으로 구입했다는 장진호의 말에 냉경혜는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

장진호는 그녀를 위하여 사람들을 고용하였고, 자급자족이 가능하도록 주위의 농토도 매입을 하여 사람들에게 농사를 짓도록 하였다.

또한 그녀의 안전을 위하여 진호상단의 무사들 중에서 믿을 수 있는 자들을 선발하여 장원 주위에서 살도록 조치를 하였다.

모든 일이 끝나자, 장진호는 몇 명의 사람들과 조그마한 상단을 만들었다.

냉경혜의 눈을 속이기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얼마되지 않아 그녀는 아이를 낳았다.

아들이었다.

두 사람 모두 손을 잡고 기뻐하였다.

이미 유모가 될 여인을 구해 놓았으므로 아이를 기르는 것은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되었다.

자유투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