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

6. 지구에서의 과거

그녀를 처음 만난 곳은 시립도서관이었다.

철준은 고아였기에 군사학교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다.

2030년대의 한국에서 고아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게 되면 군사학교에서 청소년기를 보내게 되어 있었다.

대신에 군대를 면제받았다.

군사학교를 졸업하게 되면 바로 예비역으로 빠졌다.

철준은 군사학교를 졸업한 후에 공무원을 하기로 마음먹었기에 공무원 관련 직업학교에 다녔다.

그리고 열심히 공부를 해서 9급 공무원에 합격할 수가 있었다.

수습기간을 마치고 민원관련 부서에서 1년을 보낸 철준은 세무관련 부서로 전보되어 근무를 하고 있었다.

어느 정도 안정된 생활을 하게 된 철준은 재테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래서 시민도서관에서 재테크 관련 책을 선택하여 공부하고 있었다.

과거 군사학교에서 기초적인 경제지식 등을 공부한 기억이 있었으므로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가 있었지만, 모르는 용어가 많이 나왔기 때문에 기본적인 것부터 차근차근 공부를 하는 중이었다.

그 와중에 알게 된 사실이 참 재미있었다.

주식시장의 역사가 그렇게 오래된 것도 놀라웠고, 현대에 빠른 속도로 발전한 재테크 방법들이 대체적으로 오랜 역사를 가진 것도 놀라웠다.

그러던 어느 날, 한참 책을 보고 있던 철준은 누군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일종의 감이었다.

그래서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맞은편에 있던 여성이 황급히 고개를 숙이는 모습이 보였다.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자신을 보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대충 누군지 감을 잡을 수 있었지만, 철준은 모른척하고 다시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한참동안 책을 보고 있던 철준은 누군가 자신의 옆으로 다가와 우물쭈물하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고개를 들어 돌려보니, 자신의 맞은편에 있었던 여성이 부끄러운 표정으로 뭔가를 내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음료수였다.

철준은 난감했다.

거절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받아들기도 그랬다.

순간적으로 철준은 상대가 엄청 부끄러울 것이라는 점이 생각났다.

그래서 음료수 캔을 받아들였다.

상대는 활짝 웃으면서 그 자리를 피해 밖으로 나갔다.

철준도 그 자리에 있기가 불편하여 밖으로 나왔다.

그녀는 밖에서 음료수 캔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녀를 본 철준은 그녀에게 다가갔고, 그녀의 양 볼은 불그스레해졌다.

철준도 부끄러웠지만, 그래도 고맙다는 인사 정도는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객했다.

“ 고마워요... 저는 엄 철준이라고 합니다. ”

철준의 말에 그녀도 방긋 웃으며 답했다.

“ 안녕하세요. 안 선경이라고 해요... 공부하시는데 괜히 방해한 것이 아닌지 모르겠네요. ”

“ 괜찮습니다... 그렇게 중요한 것도 아니고요... ”

그렇게 두 사람은 가까워졌다.

자유투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