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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옆에 있던 양설란이 조용히 말하였다.

“ 증조부님! 차라리 조정에 요청을 해 보심이 어떻겠습니까? 조정을 통하게 되면, 세 배까지는 안 들 것 같습니다만, … . ”

장진호가 편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였다.

“ 그렇게 하셔도 마찬가지입니다. 조정에 들어가는 비용과 또 중간에 소요되는 비용 등을 합치면 거래금액의 세 배는 소요되게 되어 있습니다. 조정에서 그곳에 보내는 사절이나 서찰에 드는 비용도 생각을 하셔야죠. ”

그의 말이 끝나자, 양설란은 그를 쳐다 보지도 않고 말을 이었다.

“ 굳이 동남아쪽으로 가실 필요는 없다고 보옵니다. 서역을 고려해 보심이 좋을 듯 합니다. ”

장진호는 놀리듯이 싱긋 웃으면서 말하였다.

“ 자연의 힘을 간과하시는군요. 세 배의 비용이 안 들 수도 있지만, 운이 안 좋은 경우에는 그보다 더 큰 비용을 초래할 수도 있죠. 과거, 천제께서도 용선풍에 곤욕을 치르신 적이 있습니다. ”

비웃는듯한 표정과 말에 양설란은 그에게 새침한 모습을 보였다.

덕분에 장진호는 처음으로 그녀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하얗다 못해 창백한 얼굴과 그런 이유로 더욱 선명한 앵두빛 입술이 매력적인 여인이었다.

전체적으로 시원시원한 얼굴이었고, 눈빛이 맑았다.

‘ 조금만 건강해 보이면 좋을 것 같군. ’

그녀에 대한 첫느낌이었다.

뚫어지게 쳐다 보는 그의 시선에 양설란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렸다.

‘ 오! 귀여운 구석도 있네. ’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그것을 본 양천우가 헛기침을 하였다.

“ 으음∼ ”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자신을 보는 장진호에게 말하였다.

“ 좋네! 그렇다면 거래금액의 십할을 주겠네. ”

옆에 있던 양설란이 깜짝 놀라며 말하였다.

“ 증조부님! 하지만, … . ”

양천우는 손을 들어 그녀의 말을 저지하고는 말을 이었다.

“ 단, 조건이 있네. ”

“ 조건이라고 하시면? ”

“ 자네가 보기에도 이 아이의 안색이 좋지 않지? ”

힐긋 양설란을 본 장진호가 말하였다.

“ 안색이 창백하긴 하군요. ”

“ 병이 있다네. 그동안 많은 영약을 먹여 그나마 목숨을 보전하고 있는 셈이지. ”

“ 아, 그렇습니까? ”

“ 그래서 말인데, 조건이라는 것이 다른 것이 아니고, 이 아이를 이번에 데리고 가서 치료를 해 달라는 것이네. ”

“ 네? ”

장진호와 양설란 모두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같은 감정표현이었지만, 진위여부는 달랐다.

그런 두 사람을 보며 양천우가 말을 이었다.

“ 최근 내가 알아본 바로는 저 아이의 병이 강한 음기에 의한 것이라고 하더군. ”

“ ? ”

“ 동남아에 강한 양기를 가진 양극초(陽極草)라는 것이 있다고 하던데, 들어 본 적이 있나? ”

“ 네!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더운 지방의 깊은 밀림에 자란다고 하더군요. 그걸 먹은 사람은 백첩을 두어도 모자란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더군요. ”

말하기가 민망한 듯 백첩이라는 이야기는 약간 머뭇거리기도 하였다.

“ 맞네! 바로 그거야. 그것을 먹은 남자가 있어야 해. ”

“ 네? ”

양천우는 그에게 가까이 오라는 표시를 하였고, 장진호는 아주 가까이 그에게 다가가 귀를 내 주었다.

양천우는 양설란을 보고 멀리 떨어지라는 표시를 하였다.

양설란은 얼굴을 붉히면서 멀리 떨어져 앉았다.

그녀도 대충 무슨 이야기인줄 짐작할 수 있었다.

자유투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