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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항준비가 끝나자, 장진호는 양설란을 데리고 승선하였다.

양천우와 양설란은 애틋한 이별장면을 연출하였다.

마지막이 될 수도 있었으므로 이해가 되었지만, 다소 유난하다고 할 정도의 모습을 보였다.

배가 떠나고 나자, 장진호는 그것을 가지고 양설란에게 농을 하였다.

“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노인네가 애첩을 떠나 보낸다고 판단할 정도로 애틋하더이다. ”

“ 장단주님에게도 따님이 있죠? ”

장진호가 고개를 끄덕이자, 양설란이 말하였다.

“ 아직 시집은 안 갔을 것 같군요. ”

“ 장가는 갔소. ”

“ 그런 것 같더군요. 시집간 따님이 있었다면, 그런 말씀을 하지는 않으셨겠죠. ”

장진호는 순간 한 방 먹었다는 표정을 하였다.

“ 제가 실수를 한 모양이군요. 하도 슬픈 표정을 하고 있기에 마음 풀라고 한 말입니다. ”

“ 아니에요. 저도 잘못한 것 같군요. 단주님의 의도를 알면서도 제 감정만 내세웠네요. ”

장진호를 보며 말을 한 양설란은 다시 고개를 돌려 멀어져 가고 있는 육지를 보았다.

장진호가 그 자리에서 벗어 나려고 하자, 양설란이 말을 꺼냈다.

“ 앞으로 어떻게 하실 것인지 여쭤봐도 되나요? ”

자신의 처소로 돌아가려던 장진호는 몸을 돌려 그녀에게 다가와서는 같이 육지쪽을 보며 말하였다.

“ 이미 생각해 둔 것이 있습니다만, 소저가 원하시는 것이 있다면, 참고를 하겠습니다. ”

양설란이 얼굴을 상기하며 말하였다.

“ 상대를 제가 선택하면 안될까요? ”

장진호가 고개를 돌려 양설란을 보며 물었다.

“ 생각해 두신 상대라도 있습니까? ”

양설란은 시선을 육지쪽에 두고 말하였다.

“ 아뇨! 아직까지 정한 사람은 없어요. 그렇지만, 평생을 가슴에 묻어둘 사람인데, 제가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

“ 제가 이런 말씀 드려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차라리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그믐날 저녁에 일을 치루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상대를 모르는 것이 여러 면에서 좋을 것 같습니다만, … . ”

“ … ”

그의 말이 타당하다고 생각했는지 양설란은 고심을 하는 모습을 보였고, 장진호는 그런 양설란을 방해하지 않기 위하여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그날부터 양설란은 선실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장진호는 해동청을 이용한 집전의 보고서들을 읽으며, 앞으로의 일에 대해 고심을 하였다.

진행되는 상황은 없었지만, 일촉즉발의 사정은 여전하였다.

오히려 상인들이 더 피곤한 상황을 보내고 있었다.

곧 일이 있을 것이라 예측하여 미리 전투에 필요한 물자들을 준비했던 상단들 중에서는 여러 가지 비용 때문에 더 견디지를 못하고, 물량을 내놓는 경우도 있었다.

덕분에 상황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물건들 가격은 오히려 하락세를 보이고 있었다.

조정에서 강력하게 매점매석에 대해 단속을 하는 것도 그런 추세에 영향을 주었다.

‘ 도화선에 불을 붙일 사건만 만들면 되는 셈이군. 이번 일만 끝나면, 그런 사건이나 하나 만들어 볼까? ’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생각하던 장진호는 고개를 저으며 혼잣말을 하였다.

“ 아니지. 아직 멀었다. 더 이상 커질 수 없을만큼 부푼 다음에 터뜨려야 소리가 크지. 흐흐흐!!! ”

그는 보고서를 종합하여 나름대로의 계획을 세웠다.

변수가 많았지만, 나름대로 준비를 해 두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였다.

장진호와 양설란이 다시 얼굴을 마주한 것은 열흘이 지난 후였다.

그녀는 배 뒤편에서 멀어져 가는 바다를 보고 있었다.

뭔가를 고심하였는지 그녀의 얼굴이 많이 수척해져 있었다.

자유투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