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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동안 그렇게 시간을 보낸 장진호가 두 사람을 보면서 말하였다.

“ 그래, 왜 왔는지 이제 이야기를 들어 볼까? ”

그러자, 두 사람은 송구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잠시 머뭇하다가 유승한이 말하였다.

“ 송구하옵니다. 장군! 그 이야기를 하기 전에 그동안 저희들이 무슨 일을 했는지에 대해 어느 정도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기밀이오니 조심을 해 주셨으면 하옵니다. ”

그의 이야기를 듣자, 장진호는 굳은 표정을 하였다.

생각보다 더 심각한 일인 것 같았다.

“ 알겠네. ”

그러자, 유승한은 그동안 김성현과 함께 해 온 일에 대해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하였다.

아주 중요한 부분은 말을 하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유추를 할 수가 있었다.

현 황제에게는 모두 다섯 명의 황자가 있었다.

그런데, 십오년전부터 황제가 조금씩 상태가 나빠지더니 최근들어 정신을 잃은 것이었다.

조정에서는 각 사당 등에 제를 올리면서 황제의 병을 고하고, 치료법을 얻기 위하여 노력했지만 실패하였다.

이 때문에 권력 암투가 심화되고 있었다.

황제의 유고시에 장자인 황태자가 황제 자리를 이어 받는 것이 정상이었지만, 전 황태자가 병으로 사망한 이후로 황태자를 정하지 않아 그 자리가 공석이었다.

황제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자, 조정 중신들은 매일 회의를 하면서 누구를 황태자로 올린 것인가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었지만, 권력다툼이 벌어지다보니 아직까지 확정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다섯 명의 황자 중에서 상대적으로 더 권력을 추구하는 사람은 일황자와 삼황자였다.

나머지 황자들도 황제의 자리를 노리지 않는 것은 아니었으나, 성격 등의 원인으로 조정대신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

그 중 독불장군형인 사황자는 자신을 지지하는 소수의 조정대신과 몇몇 군벌의 도움을 바탕으로 황제가 될 꿈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상황에 따라서는 역모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었다.

황제가 병이 들기 전부터 삼황자측에서 이상한 기류가 흘러 나왔다.

그들을 따르는 조직들이 상당히 오래전부터 뭔가를 준비한 것 같다는 느낌을 준 것이었다.

이에 일황자측에서 두 사람을 포함한 수십명의 사람들에게 그들에 대한 조사를 명하였고, 두 사람은 십오년 이상을 그들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일천명 이상의 사람들이 조사를 하던 도중에 목숨을 잃었고,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실종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장진호는 별다른 감흥을 받지는 않았다.

자신과 다른 딴 세상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표면적으로는 이야기를 들어 주는 것처럼 보였고, 그의 부하들은 그 사실을 몰랐지만, 장진호로서는 지겨운 시간이었다.

‘ 이거 언제까지 들어 주어야 하나? 표정을 보아 하니 금방 끝날 것 같지도 않고. 휴∼ ’

이야기는 점차 자신들이 얼마나 고생하였는지를 말하는 단계에 이르러 있었다.

그렇게 피곤한 이야기를 듣던 와중에 장진호의 후두부를 강타하는 이야기가 튀어 나왔다.

“ 뭐라고? ”

깜짝 놀라는 장진호를 보면서 두 사람은 그러면 그렇지 하는 표정을 하였다.

“ 그게 정말인가? 정말 조성우(遭成佑)가 그곳에 있단 말이냐? ”

“ 그렇습니다. 제 눈으로 똑똑히 보았습니다. ”

“ 그자가 아직 살아 있었나? ”

“ 저희도 이상하게 생각하여 알아본 결과, 조성우 본인이 아니더군요. 그의 장자였습니다. 정말 많이 닮았더군요. ”

“ 그럼, 그렇지. 그자가 아직 살아있을 턱이 없지. ”

유승한 얼굴을 찡그리며 말하였다.

“ 지 애비와 다를 바가 없는 놈이었습니다. ”

“ 음∼ ”

“ 아니 더 한 놈이더군요. ”

자유투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