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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만나지 못하게 된 이후로 진민수는 거의 전투광이 되어 있었다.

마치 그를 잊기 위하여 싸우기라도 하는 것처럼 항상 위험한 곳에 뛰어 들었고,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고 싸우고 있었다.

그 때문에 수많은 부상을 입었고, 지금도 후방에서 요양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다른 사람들은 그런 그녀를 이해하지 못하였지만, 소영선은 그 이유를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 그에게 버림받은 것이 틀림없어. ’

헤어지기 전에 그녀에게 그에 대해서 물었지만, 진민수는 미소를 지으며 아니라고 하였다.

자신이 원하면 언제든지 만날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였다.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눈에는 잔잔한 슬픔이 묻어 있었고, 그녀는 그것을 잊을 수가 없었다.

‘ 그는 나쁜 놈이야! 지금 보이는 것은 지휘관이기 때문에 보이는 가식이야. 그래, 가식이야. 가식이 맞아. ’

그녀는 그렇게 자조하며 흔들리는 자신의 마음을 잡기 위해 노력하였다.

그러나, 그런 그녀의 눈물겨운 노력에도 불구하고, 주위의 분위기와 그의 뛰어남은 그녀를 그냥 두지 않았다.

그런 이유로 그녀는 시간이 날 때마다 명상을 하거나 운기조식을 하면서 마음을 잡으려고 노력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전투가 끝나고 마무리를 하고 있던 시기에 그녀는 장진호가 홀로 하늘을 쳐다 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

뒷모습이 아주 슬퍼 보였다.

그러다가 고개를 떨꾼 그의 어깨가 약간 흔들리는 모습이 보였고, 마치 울고 있는 모습처럼 보였다.

자신이 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그가 민망하게 생각할 것 같아 그녀는 급히 그 자리를 피했다.

덕분에 그가 하는 이야기를 듣지 못하였다.

“ 젠장! 갑자기 눈에 들어갈께 뭐야! ”

얼마있지 않아 다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후에 그녀는 부상병을 치료하고 있었는데, 워낙 부상자가 많다보니 약품이 다 떨어지고 없었다.

부상자들을 치료하다보니 몸은 물론이고 얼굴에도 피가 묻었고, 그 때문에 아무도 그녀가 소영선인지를 알아보지 못하였다.

그녀는 급히 약품이 있는 곳으로 달려 갔지만, 그곳에도 이미 약품이 떨어지고 없었다

포기를 하고 나오려고 하는 순간에 그녀는 그와 정면으로 마주쳤다.

그도 뭔가를 가지러 온 것 같았는데, 그 역시 많은 상처를 입었는지 온몸에 피가 묻어 있었다.

그녀는 머리를 숙이며 인사를 하고는 그곳에서 빠져 나오려고 하였다.

바로 그 순간, 그가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 혹시 이 약이 필요하지 않소? ”

그가 건네는 것은 그녀가 찾았던 바로 그 외상약이었다.

“ 감사합니다. ”

그녀는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하고는 급히 그곳에서 빠져 나왔다.

아마도 자신보다 부하들에게 더 필요한 것이라 생각하고 그녀에게 전해 준 것 같았다.

그녀의 머리와 가슴에 각인을 한 행동이었다.

그러나, 너무 급하게 나가는 바람에 그가 하는 혼잣말을 듣지 못하였다.

“ 부장도 참! 내 몸에 피가 많이 묻었다고 외상약을 주다니. 그나저나 오랜만에 봤으면 인사나 하지. 부끄러웠나? ”

자유투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