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은 인간의 척도로 이해되지 않는다. 그래서 인간들은 재앙을 비현실적이고 곧 지나가버릴 악몽에 불과한 것으로 여긴다. 재앙이 지나가버릴 때도 있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악몽에서 악몽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사라지는 쪽은 사람들, 누구보다도 인본주의자들이다. _51쪽

 

 

유감독은 눈을 감고 작년 2019년 10월 1일의 어느날로 돌아가보았다. 정말 회상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지만 유감독은 독재자 왕의 비행을 낱낱이 밝혀 역사를 밝히는 사관심정으로 일기를 써내려갔다. 아무리 나쁜 운명이라도 어떤 신의 뜻이 있었을 거야.

‘그래 매우 악몽이었지만 그래도 세계 엘리트의 실체를 알았으니까.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던 일일까?’

이 일은 내가 2019년 10월 1일 어느날 메일을 받는 것으로 시작된다.

나는 모처럼만에 메일함을 정리하다가 이상한 메일을 발견했다. 보통 영어로 씌여진 글은 스팸이 많아서 그냥 휴지통에 버리려는데 이상한 메일 한통이 왔다.

제목 밥 예이츠로부터. 당신을 판데믹 엑서사이즈란 학회에 참석 시키고 싶다고?

밥 예이츠는 컴퓨터 운영체제와 안티바이러스 프로그램을 개발한 세계적인 대 갑부이다.

나는 장난삼아 답변을 “나는 마틴 스코세이지 (Martin Scorsese) 감독이다. 한번만 더 장난하면 암살자를 네 집에 보내겠다.”라고 써서 보냈다.

그런데 2일후에 바로 메일이 왔다. “장난 아닙니다. 당신을 마틴 스코세이지로 만들어 드립니다. 급하게 보내서 죄송한데 제가 미국 대사에 알아봐 당신 비자 문제도 해결해놨습니다. 비행기 항공권, 특식 호텔 숙박권, 리무진 서비스, 경호요원 다 제공하겠습니다.”

나는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미국 대사관안에 들어가 기습 시위를 주동해서 그 죄로 대학때 교도소도 갔다 왔고, 미국에 위험인물로 지목되어서 미국만 비자가 없어 못가는데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네.’

나는 그래도 그 사람이 너무 정중하게 말을 하는 듯해서 미국 대사관에 전화를 해보았다.

다행히 미국 대사관은 미국인이 아닌 한국인이 전화를 받았다. 자초지종을 이야기 하고 대사관 직원은 다시 전화를 주기로 했다. 몇시간만에 전화가 다시 왔는데 실제 밥 예이츠가 특별 초청을 했기 때문에 비자 제한 조치를 풀었다고 했다.

나는 몇 번이고 정말 미국 비자가 나오냐고 되묻자 직원은 귀찮은 듯이 사무적인 대답을 했다.

‘그래, 그냥 속는 셈 치고 미국이나 한번 다녀오자. ’

그날 저녁 페덱스를 통해서 미국 왕복 비행기표가 배송되었다.

그는 다시 메일을 보냈다. ‘저를 초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를 불러주시는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요?’

메일은 바로 왔는데 바로 밥의 아내가 보냈다. “제가 사실 선생님 영화 팬입니다. 선생님이 최근에 만드신 은하철도란 영화 정말 팬입니다. 저는 스타워즈보다 재미있게 보았고 선생님에 대해서 사실 투자를 하고자 합니다. 행사는 핑계이구요.”

그래서 투자금을 물어보자 백지수표를 주겠다고 했다. 단 무조건 영화는 자기 입맛에 맞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자세한 사항은 미국 뉴욕에서 이야기를 해보자고 했다.

나는 인천국제공항을 거쳐 미국 뉴욕에 도착했다. ‘나같은 촌놈이 일등석 대한항공도 타고 정말 미국 뉴욕에도 와보네.’

나는 학생때 반미감정이 다소 누그러졌다.

뉴욕 존에프 케네디 공항에는 밥이 보낸 수행원 비서가 미리 도착해 있었다. 나는 이거 납치는 아니죠 라고 서툰 영어로 농담을 했다.

비서가 운전사를 부르니 운전사는 이안 슈레거 호텔로 데려갔다.

호텔의 커피샵에는 멜리사 여사가 미리 나와 있었다. 그녀는 공항까지 나가지 못해 미안하다면서 나와 대화를 시작했다.

내가 여사에게 물었다. “어떤 장면이 가장 감명적이죠?라고 묻자마자 그녀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흥미로왔다고 했다. “주인공과 마주보며 악당은 식사를 하면서 충격적인 사실을 털어놓는다. 그는 ‘꼬리칸의 사람들은 일정 주기마다 학살을 통해 인구수가 대량으로 감소되어야 하며, 이 배후에는 동료 길리엄도 있었다는 것이다. 꼬리칸의 사람들은 일정 주기마다 학살을 통해 인구수가 대량으로 감소시켜야 한다. 이제부터 너희들 중 74%가 죽게 될 것이다’ 라는 말을 한다. 그나마 윌포드가 이번엔 설국열차 18주년이라고 18명은 추가로 살려주겠다. 지금까지 일어난 수차례의 반란은 학살 명분을 만들기 위해 조작된 것이다.”

멜리사 여사는 “이런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었냐면서 나에게 물었다.”

내가 대답했다. 사실 이 영화는 내가 직접 쓴 것이 아니라 만화에서 가져온 시나리오였다고 하니 여사도 이 내용은 안다고 했다.

여사가 말했다. “정말 이 내용에 대해서 알고 있냐”고 거듭 물었다.

나는 대답했다. 일루미나티 카드에 대해서 아는지 물었다.

여사가 대답했다. “일루미나티 음모론 아니예요? 그 진부한 말도 안되는 소재가 설마 감독님 영화의 소재가 되었으리라구요.”

내가 정색하며 대답했다. “일루미나티는 음모론이 아닙니다. 사실 실재입니다.”

멜리사 여사는 갑자기 커피잔을 떨어뜨리며 말했다. “뭐라구요.”

옆에 있던 통역겸 비서가 황급히 웨이터를 부르며서 자신의 양복으로 커피를 닦아냈다.

“여사님, 괜찮으십니까?”

멜리사 여사가 말했다. “놀라게 해서 죄송해요. ”

내가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여사님도 아시다시피 일루미나티(光明會, Illuminatenorden Bayern) 의 창립자는 독일 바이에른의 예수회 잉골슈타트 대학에서 실천 철학을 가르치던 아담 바이스하우프트(Adam Weishaupt) 교수로, 1776년 5월 1일에 일루미나티를 조직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왜 자본주의를 전복시키려던 메이데이인 노동절이 5월 1일인지 SOS신호가 메이데이인지 아시죠?”

나는 속으로 내가 학생때 노동운동을 한 것이 다 이 일루미나티 조직의 하수인으로 일했던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멜리사 여사가 말했다. “감독님은 영화를 많이 봐서 상상력이 풍부하시군요. 예수회는 계몽주의 운동으로 유럽을 과확적 문명사회로 이끈 중세를 벗어나 정말로 빛을 가져다준 것입니다.”

내가 대답했다. “빛[light]이라구요, 인간을 노예로 만든 빚[debt]이 아니구요?”

멜리사 여사가 말했다. “감독님의 그 자본가들을 공격하고 멸시하는 야수적 태도가 맘에 듭니다. 설마 감독님은 노아의 방주 심판이나 소돔과 고모라에서 롯이 살아난 성경같은 허황된 그 엘리트의 인구감축 소설을 믿는 것은 아니죠? ”

내가 대답했다. “멜리사 여사님은 저랑 같은 가톨릭 신자로 알고 있는데 왜 성경을 부정하세요? 성당 안다니세요?”

멜리사가 말했다. “성당은 주일성수하고 매일 나가고 있습니다. 종교는 종교이고 과학은 과학이죠. 스마트폰 첨단 세상에 6천년의 인류 역사가 어처구니가 없어서이죠.”

내가 대답했다. “그럼 성당은 왜 다니시죠? 성체만 먹기 위해서요?”

내 목소리가 커지자 비서가 약간 자제를 시키듯이 손을 올리면서 말을 했다.

내가 대답했다. “좋습니다. 그런데 여사님은 어떤 투자를 원하십니까?”

멜리사가 말했다. “전 이런 감독님의 천재성과 야성미를 좋아합니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가 아닌 비틀어 보는 기괴함이라고 할까요? 영화 전반에 대한 투자입니다.”

내가 말했다. “감사합니다. 제가 언성이 높아서 죄송합니다. 제가 사실 군대에서 사격을 한 뒤로 난청이 있어서 잘 귀가 안들립니다.”

멜리사가 미소지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덕분에 감독님하고 대화가 즐거웠습니다. 내일 남편을 졸라서 감독님하고 식사를 하고 싶습니다. 혹시 감독님 가보고 싶은 곳이 있습니까?”

내가 대답했다. “저는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을 가보고 싶습니다. 원래는 쌍둥이 빌딩을 가보고 싶었는데 아시다시피 이미 없지 않습니까?”

멜리사가 대답했다. “설마 감독님은 세계 무역센터 건물도 미국 정부 자작극이라고 믿는 것은 아니시죠?”

내가 생각했다. ‘이번은 그냥 넘어가야지.’

내가 대답했다. “아닙니다. 자유의 여신상 보고 저녁 식사 같이 하시죠.”

멜리사가 말했다. “감독님 호텔에서 자유의 여신상까지 모셔다 드리고 최고급 레스토랑으로 저녁 코스 예약 하세요.”

내가 대답했다. “저는 채식주의자라서 고기를 안 먹습니다.”

멜리사가 대답했다. “그래요? 저희도 고기 안좋아하는데.. 오염이 되어 있잖아요. 대신 다른 고기를 먹습니다.”

내가 대답했다. “설마 인육은 아니죠? 빅토리아 여왕이나 바티칸에서도 사람이나 피를 먹는다는 말도 있잖아요.”

멜리사가 대답했다. “그거 소재로 괜찮겠네요. 사람 고기를 먹는 억만장자라.. 감독님 농담 최고이시네요. 사실 남편이 복제 세포로 고기를 만드는 스타트업 ‘멤피스 미트’(Memphis Meats)와 식물 단백질로 스테이크를 만드는 비욘드 미트에 투자했으며, 이달 초에는 콩의 뿌리혹 헤모글로빈인 ‘헴’ 성분으로 쇠고기 버거를 만드는 임파서블 푸드에 자금을 댔습니다. 실제는 제가 시켜서 한 일이죠.”

내가 대답했다. “역시 남편은 부인에게 휘둘리게 되어 있다니까요. 저도 무조건 부인 말만 듣습니다. 그런데 영화 투자 사건도 부인에게 결제를 받아야 하는 건이라 당장은 어렵겠습니다.”

멜리사가 대답했다. “차근차근 하셔도 됩니다. 또 저희가 싫으시다면 안하셔도 되구, 사실 조지 소머스란 분 아시나요?

내가 대답했다. “투기성 자본으로 유명한 투자가로 한국 IMF만드신분 아닌가요? 저도 IMF 때 쫄딱 망해봐서 잘 기억하고 있죠.”

멜리사가 대답했다. “소머스란 분은 전세계 투자 안한 곳이 없으세요. 심지어 중국 우한에 있는 생물학 연구소를 투자하고 계세요. 아시다시피 조지 소로스는 전 세계 150개 회사 소유 유대인 자본가인데 소유 회사 우한 666번지에 있는 우시 파머텍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한에 있는 우한 바이러스는 우한 생물학 연구소 석정려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구요.”

내가 대답했다. “여사님은 박식하시고 인맥도 짱짱하시네요. 설마 그 분도 제 영화에 투자하시겠다고?”

멜리사가 대답했다. “네 맞습니다. 정말 감독님은 행복하시겠어요. 돈을 가지고 대주겠다는 사람이 이리 많으니... 소머스 그 분도 우한에서 감독님 뵙고 싶어하세요.”

내가 대답했다. “물론 그게 투자로 유토피아가 될지 괜히 발목 잡혀 디스토피아가 될지 모르는 일이라서.”

이렇게 대화를 마무리하고 다음날 일찍 호텔에서 조식을 먹었다. 그는 뉴욕 센트럴 파크를 산책하고 싶다고 하자 옆에 수행원 겸 비서가 모셔다 드리겠다고 했다. 나는 그냥 조깅하면서 둘러보고 싶다고 하며 밖으로 나섰다가 점심에 돌아왔다.

비서는 내 주위를 1미터 이상 떨어지면 안된다는 밀명을 받았다고 하며 점심때 자유의 여신상에 데려다 주겠다고 했다.

여비서는 푸른눈에 금발에 미모의 30대 여성이며 약간 유태인처럼 생겼다.

여비서가 설명을 했다. “자유의 여신상은 미국 건국 100주년을 기념으로 프랑스에서 만들어 준 것인데 설계를 프랑스의 바르톨리가 했습니다.”

뉴욕항에 들어오는 이민자들은 자유의 여신상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나도 참 어렸을 때 표준전과에 나오는 자유의 여신상 모습을 보고 기묘한 기분을 가졌던 생각이 났다.

내가 물었다. “프랑스의 33도 프리메이슨이 미국의 프리메이슨에게 선물로 준 것이 맞죠? 참 이름이 어떻게 되시나요?”

그녀가 대답했다. “이시스 아메리고입니다.”

내가 말했다. 이시스라구요? 고대 바빌론은 여신숭배사상이 강했는데 오른쪽 그림은 횃불을 들고 있는 것도 여신이죠. 프랑스 혁명 역시 프리메이슨이 주도했는데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The 28th July:Liberty Leading the People, 民衆─自由─女神]이란 들라크루아 그림에서도 기치를 든 여성이 민중을 이끌죠. 횃불은 프로메테우스가 신에게서 훔쳐온 진리를 뜻하며, 이를 가진 사람은 신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일루미나티의 이념입니다.“

이시스가 말했다. “저보다도 자유의 여신상 잘 아시네요.”

내가 물었다. “그런데 한국어는 왜 이렇게 잘하세요?”

이시스가 대답했다. “원래 한국 케이 팝을 좋아했고 드라마도 좋아했어요. 그런데 재단에 들어간 뒤에 여사님이 저에게 한국을 꼭 가보라고 하셔서 한국에 잠시 살았습니다. 사실 음식도 떡볶이 갈비 좋아해요.”

나는 한국인임이 자랑스러워 어깨를 으쓱하면서 말했다. “대단하시네요 한국은 어떤 일로 오셨나요?”

 

이시스가 대답했다. “1997년 10월에 세워진 우리 재단에서 만든 국제백신연구소[ International Vaccine Institute , https://www.ivi.int/ 國際─硏究所 ]에서 일했습니다.”

내가 의아한 듯 말했다. “국제백신연구소가 한국에 있다구요? 제 3세계에 세워져야 하는 것 아니예요?”

이시스가 말했다. “멜린다님이 한국을 매우 주시해서 보고 있어요. 그녀는 강남스타일 노래도 좋아하고 아무튼 한국을 대단히 신경쓰고 있습니다.”

내가 대답했다. “신경을 쓰다니요? 무슨 의미이죠?”

이시스가 대답했다. “자세히 말씀드리긴 곤란한데..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시한다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내가 질문했다. “밥엔 멜리사 여사는 왜 이렇게 백신, 바이러스등 의학쪽에 관심을 가지시나요?”

이시스가 대답했다. “일종의 사명감입니다. 지구 환경을 지켜야 하는... 정말 그분들은 밤 낮 없이 24시간을 일하세요. 스케줄이 3년이 꽉 차 있는데 저도 스케줄을 취소시키고 감독님을 만나는 약속 잡느라 힘들었습니다.”

내가 질문했다. “사명감이라구요? 어떤? 개발도상국에서 장내 감염, 호흡기 감염, 홍역 등의 전염병으로 어린이들이 많이 사망하고 장애를 겪는 것을 막기 위해서인가요?”

이시스가 억지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노 코멘트..”

나는 갑자기 더 이상 캐물으면 큰 일이 날 것 같은 등골이 오싹함을 느꼈다.

“그런데 자유의 여신상 왼손에 든 것이 무엇이죠?”

이시스가 말했다. “그건 제가 잘 알죠. 여신상의 왼손에는 1776년 7월 4일이 새겨진 독립선언서 석판을 들고 있습니다. 바람이 세고 찬데 호텔로 들어가실까요? ”

그녀는 말을 갑자기 끊고 싸늘한 돌개바람처럼 호텔에 돌아가자고 재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