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밟지 않고는 연못 속 섬의 소나무를 만질 수 없다.

아무도 밟지 않아야 하늘이 내려와 편안히 물위를 그린다.

불국사 연못을 카메라에 담아본다.

어제 경주는 전국에서 가장 뜨거웠던 곳이다.

서울 33도, 경주 34도 ^^

갑자기 쏟아졌던 소나기로 연못은 흙탕이 되었지만,

비가 그치고 태양이 제 힘을 발휘하자, 연못은 부처님 얼굴처럼 평온해졌다.

연못이 하늘도 담고

구름도 그리도록 내버려둔다.

연못 가운데 섬이 된 곳 소나무들도 잣나무 위에 자화상을 덧칠한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아야만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아무 것도 하지 않을 때에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무엇을 더 소중히 여기느냐?

주차장에 박혀 차들이 더이상 늪지로 빠지지 않도록 알려주는 표지대를 뚫고 풀이 태양을 적시고 비를 바라본다.

표지대가 거기 가만히 있기에 잡초가 딛고 오를 수 있다.

가족은 가만히 있는 어머니를 딛는다.

아빠도 가만히 있는 걸 익숙해져 간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엄마 아빠가 더 일상이 바쁘다.

식단을 고민하지 않는다면, 

집밥은 없다.

집밥이 더 소중하다면, 매일 가족의 식단을 고민하는 엄마 아빠는 가장 위대한 표지대다.

뽀송뽀송하고 향긋해진 빨래가 소중하다면, LG 스타일러보다 훨씬 값비싼 기능보유자다.

현관문이 열리는 삐리리~ 소리에

현관 등이 켜지기가 무섭게 "아빠다!" 가장 먼저 소리치는 이가 그토록 소중하다면, 

방바닥에 드러누어 팔이든, 배든 머리를 얹고 시선이 마주칠 이가 간절하다면,

불국사 대웅전 내려오는 돌계단에 깔린 모래가 미끌거릴 때 잡을 듬직한 팔이 필요하다면,

나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대가를 치를 각오를 한다.

더 많은 소중한 것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은,

보상과 소득을 얻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그 어떤 노력보다 값비싼 노동이다.

일상을 떠나 휴가를 갔다왔지만,

저녁 8시에 사)재한외국인사회통합지원센터 총회가 있어서 사무실로 왔다.

코로나로 줌과 카톡을 동원해 총회를 개최했다.

누군가 필요로 할 때 그 자리에 있어주려면 아무 것도 하지 않아야 한다.

마치 한국생명의전화가 인간의 존엄과 자살방지를 위하여 상담원이 상시 대기하고 있듯이.

내가 아무 것도 하지 않아서, 

내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어야만,

누군가가 죽지 않고 생명이 연장된다면, 이보다 가치있는 일이 무엇일까?

sdjo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