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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세상이 나를 변하게 만들어요)

아 버 지

"아빠 아들하고 처음으로 맥주 한잔 어떠세요?"

라는 말 한마디 해본 적이 없습니다.

"아빠 놀러가자 우리.. 아빠 언제 와요"

라는 포근한 말조차 건네보질 못했어요.

저의 기억 속엔 

다가가기 힘들 정도로 늘 무섭고 엄격하고 두려움의 대상이었습니다.

술을 드시는 날엔 저는 화풀이 대상이었습니다.

"너만 없다면"

"너만 없었다면.."

이라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폭력을 일삼는 아버지가 미웠고 무서웠고

이 세상에서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었지요.

신이 있다면 아버지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신이 있다면 날 좀 구해달라고.

빌고 또 빌었던 기억들만 머릿속에 가득해요.

지금은 세상이 많이 변했고 무서운 코로나 도 찾아왔어요.

제가 고1 때 돌아가셨던 아버지.

눈 감으시던 날 마음속으로 이제 해방이다 자유야.라고..

생각했던 저를 아직도 기억합니다.

세월이 흘러 40대를 바라보고 있는 저는

속상해서 술 마신 날엔 아버지 사진을 보며

왜 그렇게 괴롭혔냐고 펑펑 웁니다.

다른 가족들 보면 다 같이 모여 드라마도 즐겨보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 가는데 그런 모습조차 부러워 죽겠습니다.

어릴 적 아버지에 대한 아픈 기억이나 슬픔 때문에 

주변에 얘기하면 

아직도 그런 기억에 사로잡혀 앞을 내다보지

못한다는 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아직도 아버지를 원망하고 있니?"

"아직도 아버지가 싫으니?"

하면서 이상한 눈초리로

철부지 어린아이처럼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는 사람들.

미운건 어쩔 수 없어요.

아직도 무서운 건 어쩔 수 없어요.

하지만 보고 싶어 죽겠어요.

너무 보고 싶어요.

90년대와는 다르게 요즘 드라마도 너무 재밌고

영화도 무수히 많고 아버지가 좋아하셨던 성룡도 늙었고요.

맛집도 많고 즐길거리와 휴양지도 다양하고

세상이 완전 탈바꿈했는데 

이런 변화된 세상에 함께 있으면 좋았을 텐데..

술 마시고 속상해서 때려도 좋고 아들인 나를 미워해도 좋으니

지금 내 곁에 살아만 계셨으면 좋겠어 정말..

필력도 좋지 않아 뒤죽박죽 써내려 가는 중에 자꾸

눈물이 앞을 가려 , 책상 위에 자꾸만 떨어지네.

남들은 아빠랑 놀러도 가고 행복한데

내가 살아오면서 만난 지인분들이나 따듯한 사람들 모두

의지할 곳 있고 집에 가면 다들 반겨주는 이들이 있는데..

"오늘은 안돼 아빠 만나기로 했거든"

이라는 말 만들어도 이젠 정말 견딜 수가 없어

나는 아직도 많이 부족하고 배울 점이 많은데 가끔은..

내가 감당할 수조차 없는 일이 생겼을 땐 눈을 질끈 감고

없었던 일이었기만을 생각해.

결국 시간이란 게 해결해 주었지만 그 시간 속에 나를 던졌기에

가능했던 해결할 수 있었던 어려운 과제였는걸.

남들이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아도 

나는 말하겠어. 아버지가 미워 죽겠다고.

아직도 내 눈앞에 계시면 말도 못 건넬 만큼 무섭다고.

나를 어릴 적부터 너무 억압하고 때리고 괴롭혀서 싫다고.

하지만 보고 싶다고.

미치도록 보고 싶다고.

지금은 성장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그때와는 다르니까

나를 미워했던 아버지라면 미워하지 않도록 내가 잘할 수 있으니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드릴 수 있으니까.

아버지 많이 맞고 자랐으니 그만 때려요! 제가 맛집 아니까 가요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으니까

돈도 내가 벌고 결혼해서 내 아들, 딸 손 붙잡고 놀러 갈 수도 있으니까.

병상에서 돌아가시기 직전에 아들 보며 흘렸던 한 방울 눈물이

계속 생생하게 기억나는걸. 평생을 괴롭혀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테지만.

괜찮아.

아직도 찾고 있어. 그 한 방울의 의미를.

 

아들, 많이 아팠지.

미안하구나 잘해주지 못해서.

남들처럼 해주지 못해서.

아빠 자격이 없었구나.

용서해다오.

#아버지&일기&슬픔&보고싶은&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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